제목: 여섯 색깔 모자 (생각이 솔솔~ 여섯 색깔 모자)
원제: Six Thinking Hats
저자: 에드워드 드 보노 (Edward de Bono)
장르: 자기계발 / 사고기법 / 비즈니스

생각해보면, 살면서 가장 피곤한 순간 중 하나가 "결론 없는 회의"더라고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다들 같은 문제를 놓고 싸우고 있고, 시간은 흐르는데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는 그 답답함.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아니 매주 겪는 상황이잖아요.
이 책을 집어 든 건 딱 그 순간이었어요. 복잡한 머릿속을 좀 정리하고 싶어서, 그리고 사람들이랑 생각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맞춰보고 싶어서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제 생각 정리 방식을 완전히 바꿔놨어요.
이 책, 도대체 어떤 내용인가요?

에드워드 드 보노는 "수평적 사고(Lateral Thinking)"의 창시자예요. 1967년 처음 이 개념을 제시했고, 이후 전 세계 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사고력 교육을 해온 분이에요.
이 책의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해요.
우리가 동시에 모든 방향으로 생각하려 하기 때문에 혼란이 생긴다.
한 번에 하나의 사고 방식만 쓰면 어떨까?
그래서 사고의 유형을 딱 6가지 색깔 모자로 나눈 거예요.
6개의 모자, 뭐가 다른 걸까요?

하얀 모자 (White Hat) - 사실과 데이터
감정도 판단도 없이, 오직 객관적인 정보와 수치만 이야기하는 모드예요. "우리가 갖고 있는 데이터는 무엇인가? 부족한 정보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만 집중해요.
빨간 모자 (Red Hat) - 감정과 직관
논리는 잠깐 내려놓고, 느낌과 감정, 직관을 솔직하게 꺼내놓는 모드예요. 이유 없이 "이건 왠지 불안해요"라고 말해도 되는 유일한 순간이에요.
검은 모자 (Black Hat) - 위험과 비판
잠재된 리스크, 단점, 문제점을 신중하게 짚어내는 모드예요. 단, 이 모자는 비관론이 아니라 '방어적 사고'예요. 실패를 미리 막기 위한 거죠. 책에서는 이 모자를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해요.
노란 모자 (Yellow Hat) - 긍정과 가능성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장점을 찾고, 가능성을 탐색하는 모드예요.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이유를 찾아내는 건설적인 사고예요.
초록 모자 (Green Hat) - 창의와 혁신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 대안, 가능성을 자유롭게 제안하는 모드예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아예 뒤집어 생각하면?"이라는 질문이 여기서 나와요. 드 보노의 수평적 사고가 가장 잘 녹아든 파트예요.
파란 모자 (Blue Hat) - 사고의 조율과 결론
회의의 진행자 역할이에요. 어떤 모자를 언제 쓸지 설계하고, 논의를 정리하고 결론을 도출해요. 파란 모자가 없으면 나머지 5개 모자는 제멋대로 섞여버려요.

내가 가장 찔렸던 부분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찔린 건 검은 모자의 '과용' 문제였어요.
드 보노는 이렇게 말해요. 사람들은 대부분 검은 모자, 즉 비판적·부정적 사고를 기본값으로 쓴다고요. 아이디어가 나오면 본능적으로 "근데 이거 문제 있지 않아요?" 부터 꺼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싹이 잘리고, 회의는 비판의 장이 되어버린다는 거예요.
이게 제 얘기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항상 리스크 분석 먼저, 문제 먼저 찾는 사람이었거든요. 그게 신중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초록 모자(창의)와 노란 모자(가능성)를 억누르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파란 모자의 부재가 많은 회의를 망친다는 것도 새로 깨달았어요. 진행자가 사고의 흐름을 설계하지 않으면, 다들 자기 모자만 쓴 채로 서로 다른 방향을 이야기하게 된다는 거잖아요. 어쩐지 그게 너무 익숙한 광경이었달까요.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건가요?

책에 나오는 실제 사례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노르웨이 스테토일이라는 회사에서는 하루 10만 달러가 드는 유전 탐사기 문제를 놓고, 이 기법을 도입한 뒤 불과 12분 만에 해결책을 도출했다고 해요.
IBM 연구소에서는 이 기법을 쓴 이후 회의 시간이 기존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보고서를 냈다고 하고요.
ABB라는 다국적 기업에서는 20일 걸리던 프로젝트 토론이 이틀로 단축됐다고 해요.
물론 책을 읽는다고 내일 당장 모든 회의가 효율적으로 바뀌진 않아요. 하지만 이 6가지 프레임을 머릿속에 넣어두기만 해도, "지금 나는 어떤 모자를 쓰고 있는 건가?"를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에요.
모자를 쓰는 순서도 중요해요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게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모자를 쓰는 순서예요.
아이디어를 새로 만들 때는 이렇게 권장해요. 하얀 모자(현황 파악) → 초록 모자(아이디어 발산) → 노란 모자(긍정 검토) → 검은 모자(위험 분석) → 빨간 모자(최종 직관 확인)
반대로 기존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는 순서를 달리해요. 빨간 모자(첫인상·직관) → 노란 모자(가능성) → 검은 모자(문제점) → 초록 모자(개선 아이디어) → 하얀 모자(데이터 검증)
파란 모자는 처음과 끝에 항상 붙어요. 설계하고, 마무리하는 역할이니까요.
이렇게 순서를 정해두면, 회의 참여자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같은 관점을 향해 집중할 수 있어요. 그게 이 책이 말하는 '병렬적 사고'예요.
솔직한 단점도 있어요

책 자체가 그렇게 두껍진 않고, 개념도 비교적 쉽게 설명돼 있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혼자 읽고 혼자 실천하기엔 좀 허전한 면이 있어요.
이 기법은 기본적으로 그룹 토론에서 빛을 발하도록 설계된 거라서, 혼자 책상 앞에 앉아서 적용하려 하면 "어 그래서 나 지금 무슨 모자 쓰는 거지?" 하고 헷갈리는 순간이 와요.
또, 원서가 1985년 초판이다 보니 예시들이 살짝 오래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좀 더 최신 비즈니스 사례들이 추가됐다면 더 와닿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책 후반부의 이론 설명이 반복되는 느낌이 있어서, 중반 이후부터는 속도가 살짝 처지기도 해요.
이런 분들께 진심으로 추천해요

이 책, 이런 분께 강력 추천해요.
직장에서 결론 없는 회의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분, 팀원과 아이디어를 논의할 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잦은 분, 복잡한 문제를 앞에 두고 어디서부터 생각해야 할지 막막한 분, 리더나 퍼실리테이터로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분, 자녀나 학생과 논리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분.
반대로, 혼자 사색하거나 개인 창작 작업에 집중하는 분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이 책의 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드러나거든요.
인상 깊었던 문장들

책 중에서 계속 머릿속에 남는 표현들이 있어요.
같은 모자를 함께 쓰는 것, 그것이 싸움 없는 회의의 시작이다.
이 한 문장이 책 전체를 요약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회의에서 싸우는 이유는 의견이 달라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종류의 사고를 동시에 하고 있어서라는 거잖아요. 다들 하얀 모자 타임에 빨간 모자를 쓰고 있으니까 충돌이 생기는 거예요.
또 이런 표현도 좋았어요.
첫 번째 답이 반드시 최선이어야 한다고 가정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건 뭔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들더라고요. 우리가 회의에서 처음 나온 안을 기준점으로 삼고 거기서 찬반을 따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 자체를 더 넓히는 게 먼저라는 말이에요.
최종 평점
9 / 10점 ★★★★★★★★★☆
한 줄 총평: 생각이 꼬일 때마다 꺼내 쓰는, 이미 검증된 사고의 스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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